나른나른한 마룻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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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자작 단편

[소녀전선] 숲 속 어딘가의 밀애

루시프 2017. 9. 10. 20:37

 철혈의 포화 속에서 임무를 수행중이었던 나와 Mk23, 아무래도 그때 맡은 임무가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약간 벅찬 임무였었다. 철혈의 중요시설을 마비시키는 임무였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상황은 마치 달빛마저 소스라칠 정도로 고요한 밤이었고 우리는 철혈의 지휘소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달링, 안 힘들어?"

 역시 그 아이의 귀여운 목소리는 언제라도 힘이 되어주었다. 매번 나갈때마다 곁에서 도와준다고 해서 같이 데려온지도 벌써 두손으로 세기 힘들만큼 많아지긴 했지만, 뭐 그런만큼 죽도 척척 잘 맞고 그만큼 의지하는 동료로 생각하고 있었다

 "네 목소리는 톤이 높아서 들키기 쉬울 것 같군. 조금만 더 조용히 말해줬으면 한다."

 "네~ 달링! 소곤소곤인거에요."

 하.. 그때는 어떤 마음인지도 모르고 어쩐지 들떠버려서 나도 모르게 험하게 대하곤 했다. 미안한 마음은 굴뚝같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도 몰랐었고... 때마침 Mk23의 더미에서 무전이 들려왔다.

 "달링~ 이 시설의 담당 인형을 찾은 것 같아요오~ 익스ㅋ...치지직"

 인형의 종류를 말하는 와중에 더미 인형과의 연락이 끊겼다. 어쨋거나 익스로 시작하는 철혈인형은 많지 않으니 익스큐서너로 좁혀지긴 했지만... 그때는 뭔가 이상하단 느낌이 들었었다. 분명 잘 발각되지 않는 더미인데... 스텔스 기능도 넣어놨었기 때문이다.

 "달링~ 조금 이상해. 더미인형이 이렇게 쉽게 당하다니 말이야. 음 뭔가 있는걸까나...?"

 "우리는 정보도 없는 이런 막연한 작전들도 많이 해쳐왔다. 그러니 걱정은 잠시 미뤄두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일단은 더미인형이 교신이 끊긴 곳을 표시해주면 좋겠다."

 "응!"

 Mk23이 지형도에 체크를 했다. 그곳은 바로 쥬피터가 설치된 바로 옆건물이었다. 그 곳까지 숨어들어간 더미도 놀라운 실력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 더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우리의 타격목표가 쥬피터였다는 점이다. 실로 막강한 화력에 무력화 시켰다고 해도 달려있는 총포는 아플터였다. 게다가 바로 옆건물에 철혈의 중견이라니 확실히 고난이 앞을 가로막는 느낌이었달까... 그 때

 "달링~ 어떻게든 성공해서 가면 내가 이거 해줄게."

라며 내 몸에 올라타 손가락을 꽉 쥐었다.

 "반.지~!"

 "무... 무슨 짓을 하는 것이지!? 서약은 지휘관이랑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인형끼리 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짓일 뿐인 것 같군..."

 "음 나는 지휘관에게서 허락 맡고 왔는걸~? 지휘관에게 이번 작전에 대한 보상으로 해달라고 하니까 힘써주겠다고 했는걸!"

 이렇게 당돌한 아이였다니... 조금 놀랐었다. 그때는... 지금은 그저 웃으면서 넘어갈 일이지만 말이다.

 "그... 그런...!!! 하지만 난 너를 동료라고 생각하고..."

 "쉬잇...! 달링의 마음은 이미 나에게 록 온 당했다구? 후훗..."

 나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보였던 듯 하다. 난 분명히 감출 수 있을 거라곤 했는데 알게 모르게 이러한 감정들이 나의 가면을 녹였을 것이다. 그래도 역시 그때는 잘 알지 못했던 감정이라서 많이 당황했었다.

 "이... 일단 그..그건 넘어가는 것이다! 이 앞의 임무가 그런 것보단 더 중요할 것 같군 후흠."

 "에엣... 치사해 달링! 어... 어어... 저거 뭐야...?"

 우리 눈앞에 보였던 것은 Mk23.. 그러니까 달...달링의 더미와 그것을 들고 건물에서 나오는 익스큐서너였다. 

 "아 아 마이크테스트 잘 들어라 그리폰의 강아지들! 여기 너희들이 소중히 하는 인형의 더미가 있다. 어라...? 이게 뭐지 훈장이네? 오호라... 지금 나오지 않는다면 이 더미는 아마도 불구덩이 속에 퐁당 해버리려나? 하하하하!!"

 "아아 저건 내 더미 1호기네... 본체만큼 중요해서 주로 달링과의 추억이 있는 물건은 다 저기에 달았는데..."

 "기다려라. 내가 반드시 저 더미는 구해내겠다."

 "그치만 저 더미를 구하면 우리들의 위치가 드러나는걸요... 그건 무모해 달링!"

확실히 그러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러한 기회가 아마도 적의 약점이 드러나는 마지막 기회였을거라는 판단도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들었던 생각들 중 하나는 역시 '나와의 추억은 어느 것보다 중요해'라는 생각이었겠지 라고도 생각해본다.

 "걱정마. 내가 너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살려보낼테니..."

그러면서 심호흡을 한뒤 숨을 멈추었다. 저격해야하는 익스큐서너는 하나... 어 어라 두개...? 정신이 혼미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흥분해서 그런것이었을까 잠시 목표가 두개로 보였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판사판 한 곳을 노렸다. 차라리 그 때 조언을 구했다면 아마도 지휘관이 상관에게 쩔쩔 매지는 않았을 텐데...

 "좋아 목표 조준! 발사 카운트 세 줘!"

 "응 달링! 3,2,1 저격개시!"

라는 신호와 함께 나의 탄환은 느리게 변해버린 시간을 가로질렀고 익스큐서너를 맞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훗, 아직 홀로그램이 먹히나 봐. 너가 쏜 그건 허상이었어. 잘됐네. 어이 발사!"

 "아, 안돼 달링! 피해요! 꺄아아!"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나는 나뒹굴었고 좀 전까지 내가 포복해있던 곳은 크레이터가 생겨버렸다. 아 나는 무슨짓을 했던걸까...

 "안돼애애애애애애애!!!!!!!!"

 절규했다. 그러나 그 상황을 그대로 볼 수는 없었다. 이미 벌어진 포격은 다시 되돌릴 수 없었고, 해야만 하는 임무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행동했다.

 "이 망할 철혈의 쓰레기들! 없애버리겠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때는 어떻게 그게 한번에 보였는지도... 내가 그것을 단 20초만에 발사해 명중시켰는지도 모르겠지만 쥬피터의 전원부가 눈에 보였다. 정신이 없던 나는 그저 그저 분노의 마음을 담아 전원부를 단 두방 내 라이플로 저격했다.

 "이거나 먹어라! 개자식들!!! 으아아아아악!!!!"

 결국 구멍이 뚫린 전원부는 피식 소리를 내더니 방전하면서 타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쥬피터와 함께 건물이 통째로 굉음을 내며 터져나갔다. 그러나 이미 내 시야엔 그런 멋진 광경은 들어오지 않았고 내 머릿속엔 단지 달링의 망가진 코어를 찾는다는 생각만이 쓸쓸하게 들 뿐이었다.


 그 후 불이 사그러들때쯤 헬기가 우리를 수송하러 왔고 나는 달링의 망가진 코어와 함께 귀환했다. 그 날의 작전기록을 본 지휘관은 숙소에서 망연자실하게 있던 나를 지휘소로 불러들였고, 나는 불려가도 할말이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없었다고 해야 하나. 어쨋든 문책을 하던 지휘관은 무언가 떠오른 듯이 가만히 나를 쳐다보더니 문 뒤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어라 달링? 왜 여기 있는거야?"

익숙한 목소리였다. 높은 톤에 귀여운, 듣고 있으면 행복한... 사랑하는 나의 달링의 목소리였다.

 "눈물은 왜 흘리는 거야! 내가 돌아왔다구! 달링 덕분에 살아돌아왔으니까 괜찮은거야!"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순전히 나의 고집때문에 본의아니게 다쳤던 아이가 이렇게 해맑은 미소로 나를 들여다보면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달링! 아 그리고 지휘관이 우리 요청을 들어주셨어! 자 여기 우리들의 반지야! 이것때문에 지휘관이 애좀 먹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싼거야! 그 작전은 힘들었으니까?"

 "그래도 미안하다. 너의 더미는 구하지 못했다. 무전기가 여러개가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군."

 "뭐 어때 우리들의 추억은 아니, 우리들의 기억은 이제부터도 만들어 나갈 수 있는걸!"

 그 때, 바로 그 때 나의 뇌는 아니 나의 마음은 나를 위해 배려라도 하는 듯이 고요해졌다.

 "Mk23, 아니 달링 나와 함께 앞으로도 작전 나가줄 수 있어?"

 잠시 뜸을 들이는 Mk23이었지만 나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응! 달링이 간다면 어디든!"

 그렇게 끝이 난 사건이였다.


 "달링 뭐해! 작전 나가야 한다구!"

 "아 아 미안하다! 이것만 끝내고 나가도록 하지!"

그래도 또 다른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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